• 이슈
  • > 이슈



  • 제목 2020년 제25호: 디스토피아의 재현- 중국의 사회신용시스템 구축
    첨부파일

    KCI BRIEF

    No.25 (2020. 06. 24.)

     

    민주주의와 평화, KOREA CONSENSUS INSTITUTE

     

    디스토피아의 재현: 중국의 사회신용시스템 구축

    신 지 연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에서 의미 있는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바로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코로나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가, 반대로 얘기하면 개인정보를 어느 선까지 보호해야 되는가의 문제이다. 이는 비단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이미 실행되고 있는 사회신용시스템을 이해한다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논쟁의 의미가 무색하게 느껴진다.


    중국의 사회신용시스템은 '국가신용관리체계' 또는 '국가신용체계'로 불리기도 하는데, 기존 금융권을 주축으로 형성되어 있는 경제적 신용점수와 함께 정부가 사회구성원의 일상 행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이에 대해 점수를 부과하는 것이다. 정부는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사회구성원의 각종 사회활동에 대해 이익 또는 불이익 주게 된다. 중국정부는 이미 2007년 국무원을 통해 사회신용시스템 도입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바 있으며, 2014년도에는 사회신용시스템건설계획요강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 방안과 시범운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정부가 밝힌 사회신용시스템의 목적은 분명하다. 사회신용시스템 구축을 통해 중국사회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사회구성원의 준법의식을 고취시켜 바람직한 신용사회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다. 헌혈, 자원봉사, 기부 등 선행을 한 사람에게 가점을 주고, 탈세, 교통법규 위반, 채무불이행 등 도덕적 또는 법적 위반행위를 한 경우 감점하여 점수에 따라 상벌조치가 취해진다. 그 예로 신용점수가 일정 기준 이하일 경우 항공기 탑승이 거부되거나 예약이 불가하다.


    특히 중국의 AI, 안면인식, 빅데이터 분야 등 사회신용시스템 구축을 위한 핵심기술이 진보할수록 더욱 촘촘하게 관리대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기술발전의 선봉에 있는 기업들은 이미 정부보다 먼저 고객의 신용정보를 활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면서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했으며, 현재는 이들이 정부의 사회신용시스템 구축을 돕고 있어 개인정보는 자연스럽게 기업에서 정부로 이전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ICT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이 바로 그러한 기업들이다. 예를 들면 알리바바 산하 신용정보 회사인 즈마신용(芝麻信用)의 경우,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내역, 알리페이의 결제내역, 대출, 상환 정보 등 계열사를 이용하는 고객의 정보를 수집하여 신용점수를 매기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이 자사의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혜택을 주거나 이용에 제한을 두기도 한다. 이처럼 당초 기업의 이익을 위해 수집되고 활용된 개인정보들과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의 각종 개인정보가 정부의 사회신용정보 전산망에 집중되어 관리되는 것이 바로 사회신용시스템의 핵심이다.


    단순히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최소한의 필요(국가안보, 공공이익 등)에 따라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국가에 의한 상벌조치가 이루어지면서 개인의 행동에 제약이 따르게 된다. 이는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와 함께 사실상 정보수집과 활용 주체인 국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인의 행위나 사상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사회구성원의 온·오프라인상에서의 모든 활동이 감시되고, 사생활까지 철저히 공개되는 빅 브라더혹은 디스토피아국가의 출현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목소리 대부분이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이나 한국, 일본 등의 언론들은 중국의 사회신용시스템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내 언론이나 사회관계망 등에는 이러한 논쟁이나 우려를 잘 찾아볼 수 없다.


    20193월 중국 대표 관변 매체인 환구시보는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Freie Universität Berlin)의 한 교수와 헤르티 거버넌스 스쿨(Hertie School of Governance) 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해외 언론의 비판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해당 설문조사는 중국인 2,209명을 대상으로 중국의 사회신용시스템에 대한 찬반과 필요성 등을 조사했는데, 응답자의 80%가 정부의 사회신용시스템 구축을 적극 찬성하고, 절대적 반대는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신용시스템을 지지하는 국내외 견해들이 중국 언론과 사회관계망에 확산되는 사이 사회신용시스템의 시범지역이 확대되고 있으며, 관련 입법들도 속속 이루어지면서 정당성을 갖춰가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 확진자의 개인정보보호 논의는 '확진자'라는 특수집단의 개인정보보호 논쟁으로 축소해서 볼 수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사회신용시스템 구축의 일환으로서 지자체 내지 국가의 확진자 정보 수집과 활용이 당연시 될 수 있다. 이미 중국 정부는 개인의 보건위생 관련 정보를 사회신용시스템에 포함시키기로 발표한 만큼 확진자의 개인정보보호 명분은 더욱 힘을 잃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 사태 이후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회신용시스템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시스템 구축이 가속화 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중국정부가 사회신용시스템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 시행할 것임을 시사한 만큼 홍콩, 마카오까지 확대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홍콩보안법 초안에 담긴 국가안보기구가 홍콩에 신설된다면 그 통제·감시 수단의 본질도 사회신용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짐작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통제와 중앙집권이 강화된 디스토피아 실험이 우리 가까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 环球时报, "中国人看待社会信用的五点共识", 2019.3.23. 기사 참고. 


    사단법인 코리아 컨센서스 연구원은 정치경제 및 사회 전반에 걸쳐 한국과 세계의 다양한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설립된 민간종합 씽크탱크입니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