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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2020년 제21호: 미완의 인재양성과 공감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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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I BRIEF

    No.21  (2020. 04. 10.)

     

    민주주의와 평화, KOREA CONSENSUS INSTITUTE

     

    미완의 인재양성과 공감능력

    박 상 남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한 지도 20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강의는 물론 토론수업을 통해 논리전개 능력을 훈련시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왔다. 또한, 짬짬이 학생들의 개인적인 진로나 삶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고민해 주는 것을 작은 보람으로 여기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대학교육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올 때가 있다. 내가 무엇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자성이 공허함과 함께 밀려들기도 한다.
     
    교육과 연구, 사회적 담론을 생산하고 제기하는 것은 대학의 중요한 기능이다. 그러나 대학의 가장 큰 존재이유는 무엇보다도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그런데 미래를 한 발 더 진보시킬 인격체를 길러내기 위해 대학과 교수들은 어떤 고민과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있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선뜻 답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재 우리 대학의 모습이다. 대부분의 교수들 또한 지식 전달과 취업을 위한 기능적 역할에 머물고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과 참여를 통해 자신의 인성을 스스로 다듬고 성숙시킬 커리큘럼과 교육적 배려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러한 문제들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먼저 어떠한 인재를 양성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시작되어야 한다. 사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탐구를 계속해왔다. 대표적으로 기독교의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것, 불교의 자비, 힌두교의 생명존중, 묵자의 겸애(兼愛), 공자의 서() 사상 등은 인성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입장과 처지에 대한 깊은 공감능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생각과 어려움을 진지하게 듣고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며 함께 나누고자 하는 공감능력이 없는 한 이웃을 배려할 가능성은 제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점은 공부를 잘해서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것과 인격체로서의 성숙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지난 국정농단사건 등에서 보여준 우리나라 지도층과 엘리트의 모습은 현재 우리 교육의 실패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은 국가를 위한 공익과 사적이익도 구분하지 못했다. 지식과 재력은 자신들의 출세를 위한 수단이었을 뿐 사회봉사를 위해 쓰여야 한다는 명제와의 거리도 멀어 보였다. 더욱더 절망스러운 점은 국민 앞에 진정한 사과와 용서를 비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정권이 붕괴하고 나라가 엉망이 되었는데도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은 억울하고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평범한 국민들의 실망감과 참담한 심정과는 다른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국가운영에 관여해 왔던 것이다. 그들은 분명 일반의 상식과 감정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돈, 권력, 사회적 지위 등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공감을 관장하는 뇌가 발달하지 못한다고 한다. 자신이 누리는 기득권에 익숙해져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생활환경과 심정에 대해 체감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물론 가끔은 머리로만 이해하겠지만... 교육대학의 입학성적이 올라갈수록 공부 잘했던 선생님들이 정작 학교에서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
     
    굳어진 인식과 감성은 나이가 들수록 변하기 힘들다. 특히 지도층 또는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기중심성과 아집이 강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래서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고, 더 나아가 주변의 의견과 환경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은 위대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공감능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대학교육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동료, 학과,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시간은 손해라는 인식이 적지 않게 퍼져있는 한 대학교육은 실패한 것이다. 학생자치에 나설 후보가 없고 강의실에서 수업만 끝나면 뿔뿔이 흩어지는 대학에서 공동체 안에서 서로 부대껴야만 성장할 수 있는 공감능력은 기대하기 힘들다. 학점과 취업 위주의 교육에서 풋풋한 사람 냄새나는 인재가 자라나기는 불가능하다. 최근 N번방 사건은 우리 교육이 이웃의 고통에 얼마나 무감각한 괴물들을 길러냈는지를 보여준다. 대학과 교수가 혁신되어야만 지식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사람을 키워내는 교육으로 전환할 수 있다. 여기에는 고대시대와 같은 사람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이 도입이 필수적이다.


    사단법인 코리아 컨센서스 연구원은 정치경제 및 사회 전반에 걸쳐 한국과 세계의 다양한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설립된 민간종합 씽크탱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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