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 > 이슈



  • 제목 2020년 제20호: Pan Lockdown 이후, 새로운 국제협력 메커니즘은 가능할 것인가
    첨부파일

    KCI BRIEF

    No.20 (2020. 03. 31.)

     

    민주주의와 평화, KOREA CONSENSUS INSTITUTE

    

    «Pan Lockdown» 이후, 

    새로운 국제협력 메커니즘은 가능할 것인가 


    한 홍 열 (한양대학교)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당장 분명한 것은 ‘Pan Lockdown’ 이다. 국가간은 물론이고 세계 주요 도시간의 이동이 제한되고 사람들은 집안에 머물도록 통제되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는 경제활동 뿐만 아니라 일상의 범위를 극적으로 축소시켰다. Outbreak가 주기적 현상이 되고 이와 같은 인류의 대응이 반복된다면, 미래를 생각하는 일은 공포이다.


    어느새 삶의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음을 많은 사람들이 발견하고 있다. 공동체가 힘을 합쳐 보이지 않는 전쟁에 나서고 또 많은 전투에서 성과를 거두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생명을 지키는 사이에 삶은 위기에 처했지만, 이의 극복에 필요한 물질적, 사회적 자원의 투입은 지연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이념, 정치적 구조, 관료주의는 당장의 위기 극복을 위한 자원배분 조차 어렵게 하는 하나의 기제가 되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이로울 정도로 실험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바라보면서, 더 교조적으로 변해버린 한국사회가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정확히 90년 전 이맘 때, 미국은 악명높은 Smoot-Hawley Act를 통과시키고 20세기 최고의 관세율을 부과하였다. 이 법의 영향을 받은 수입제품의 평균관세율은 59.1%였고, 그 결과 4년 후 이 법이 철회되기까지 전세계 무역은 2/3 감소하였다. ‘죄수의 딜레마가 교과서처럼 작동하여 강대국들의 보호주의가 충돌하였고 대공황을 가중시켰다. ‘네 이웃을 거지로 만들기(Beggar thy neighbor)’ 위한 경쟁적 평가절하로 국제통화질서도 붕괴되었다. 작금의 상황을 맞아 이 시기를 거론하는 것도 국제무역과 투자활동에 있어서 Pan Lockdown 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323일 버냉키는 2020년 상황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또는 대공황과 같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경제의 상황과 정책적 대응역량이 훨씬 강해졌다는 평가가 근거였다. 일종의 자연재난일 뿐이며 바이러스가 지나간 이후 정상회복을 낙관하였다. 이처럼 V 또는 U자형 회복에 대한 희망을 갖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버냉키의 비교는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


    2008년은 모기지론 사태(X)에 의하여 발생한 금융위기 현상(Y)에 대하여 정책적으로 대처(Z)해야 할 상황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Pandemic 대응으로 Pan Lockdown(X)이 발생한 지금의 상황은 정책처방의 대상(Z)이 아니라 원인으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Pan Lockdown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위기의 양상(Y)을 아직 우리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1930년대 보호주의가 촉발한 무역과 투자의 Lockdown(X)’Pandemic에 의하여 발생하고 있는 ‘Pan Lockdown(X)’이 되어야 마땅하다. 보호주의의 충돌 이후 세계의 정치경제 상황이 과거 어떻게 진행 되었는지는 알고 있다(Y). 따라서 지금의 Pan Lockdown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Y)가 비교와 관심의 대상이어야 논리적이다.


    전세계적 봉쇄와 격리는 이미 주춤하던 세계화 기조를 급작스런 단절의 위기에 몰고, 글로벌 공급사슬의 안정성은 시험대에 올랐다. 이러한 현상은 어떤 형태로는 모든 국가를 압박할 것이다. 물론 인류가 과거처럼 전쟁으로 그 압박을 해소할 것으로 믿어지지는 않는다. Steven Pinker의 인류의 이타주의적 진전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더라도 폭력적 해결을 억제할 국제사회의 역량은 갖추었다고 본다. 문제는 Pan Lockdown이 개인과 소상공인,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시장의 주체를 매우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현실이다. 과거 국가는 군사력과 외교력으로 공동체를 보호했다면 이제는 개인의 삶을 보호하기 위한 국내정책과 국제적 협력 역량이 이러한 압박의 해소 여부에 관건이 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는 지속적인 국제적 협력메커니즘을 만들어내고 발전시킴으로써 비교적 장기간 안정과 발전을 뒷받침하였다. 그러한 노력은 UN 및 다양한 국제기구, 브레튼우즈 체제, 유럽통합, OECD, 그리고 최근의 WTO 및 지역간 경제통합 움직임을 모두 망라하는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세계적 스케일의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한 것은 인류사회 발전의 증명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제도적 인프라가 20세기 후반의 세계화 추세를 뒷받침하는 데 머무름으로써 오히려 그 권위와 역할이 약화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위기 앞에서 무력한 국제협력 메커니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통제되고 지금의 Pan Lockdown이 해소된 이후, 과연 국제사회가 새로운 협력의 메커니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인류가 지금과 같은 Pan Lockdown을 반복적으로 견디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Pandemic의 예방 뿐만 아니라 효율적 대응방식과 공조를 위한 협력모형의 구축에 나서게 될 것이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한국의 경험은 향후 국제협력에 있어서 중요한 자산이 될지도 모른다. 한국의 대응방식이 효과적 바이러스 통제합리적 수준의 사회적 통제라는 상반된 목표의 양립가능성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반복적 Pandemic이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면, Pan Lockdown은 최후의 대응수단이 되어야 한다. 위기 때 마다, Pan Lockdown이 반복된다면 2차 대전 후 쌓아온 국제협력의 기반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국제협력의 과제는 1) Pandemic 통제와 사회적 통제간의 균형을 위한 모형의 개발, 2)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인프라의 구축, 3) 이행에 필요한 정책수단 및 자원의 확보로 집약될 것이다.


    충격이 사라진다고 해서 언제나 상황이 원상회복 되지 않는다. 특히 큰 규모의 충격에 의해 발생한 현상은 이른바 이력현상(Hysteresis)이라는 비대칭적 반응으로 빈번히 이어진다. 많은 연구는 그것이 사회구성원의 합리적 대응의 결과이며 따라서 원상회복을 위해서는 기존의 충격을 압도하는 대책이 필요함을 지적한다. 그렇지만 지속적으로 국제적 리더쉽이 약화되어온 상황을 감안하면 큰 규모의 변화를 만드는 국제협력을 기대하기는 힘든 현실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국제협력 메커니즘을 위해서 강대국과 중견국을 모두 포함하는 새로운 집단적 국제리더쉽의 창출을 상상해 본다. Pan Lockdown과 같이 상상해보지도 않은 현실의 타개는 현실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학문적 상상력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오늘의 공포가 잠깐 지나가는 것이고 공연한 걱정이 되기를 바라는 동시에 많은 분야의 학자들이 함께 상상력을 나누고 해결을 모색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사단법인 코리아 컨센서스 연구원은 정치경제 및 사회 전반에 걸쳐 한국과 세계의 다양한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설립된 민간종합 씽크탱크입니다.

    출처